인적 없는 일요일 이른 아침 임진각... 어쩌다 살짝 바람이 불어도 방향이 맞는 몇 개만 돌 뿐, 나머지는 멈춰있다. 각진 바람개비도 돌도 있을 땐 원이 된다. 돌아가면서 각을 만드는 물건은 세상에 없다. 하늘을 향해 있어야 할 솟대는 어찌된 일인지 땅을 바라 보고 있다. 어떤 솟대들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게 자기들끼리 뒤엉켜 있다. 철도를 달려야 하는 기관차는 멈춰선 채 가까스로 녹슬어가는 몸을 페인트로 가리고 있다. '올라가지 마시오.' 펫말은 기관차에게 말을 하는 것 같다. '북으로 올라가지 마시오' 물 위에 떠있는 연잎들은 팩맨들이 떼로 모여 있는 듯하고, 다른 켠의 연밭에는 수줍은 연꽃이 뒤늦게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듯한 조용한 공간 속에서도 많은 것들이 살아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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