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뭘 찍으세요?"
카메라 메고 혼자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씩 듣게되는 질문이다.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 중의 하나. 묻는 사람은 정말로 궁금해서 던진 질문이겠지만 그 호기심을 충족시킬만한 대답을 해 줄 재간이 없기 때문에 난감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사진보다는 여행이 먼저였다. 혼자 여행 다니는 걸 좋아했고, 그런 여행을 간단하게나마 기록하기 위해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다녔었다. 그러다 카메라를 좀 더 좋은 것으로 바꾸라는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사진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 결국 여행다니면서 찍는 사진이라는게 별 게 있을 수가 없다. 근처 관광 기념품점에서 판매하는 엽서보다 형편없이 퀄리티 떨어지는 풍경 사진, 아무도 관심을 가질 턱이 없는 골목 사진, 어디서나 흔하게 피어 있는 개망초 사진... 이런 사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어느 골목에서 개망초를 보면서 여름이 온 걸 느끼면서 한 컷 찍는다. 이 사진은 오로지 나에게만 그 여행에 대한 추억과 계절의 변화에 대한 감회를 남겨 줄 뿐이다. 이 사진을 남에게 보여줄 생각도 없고, 그저 블로그 한 귀퉁이에 보관해 둘 뿐이다.
"그냥 이것 저것 찍어요. 꽃도 찍고, 풍경도 찍고, 사람도 찍고..."
난감하지만 대꾸를 안할 수는 없으니, 빤한 대답만 나온다. 듣는 사람은 당연히 성에 안차겠지.
"에이, 뭐 그래..."
말은 안하지만 표정보면 짐작할 수 있다. 슬쩍 목인사를 하고 자리를 뜬다. 결국 난 별 것도 없으면서 시커먼 카메라 메고 폼만 잡는 놈이 된 거다. 그래도 상관없다. 어쩌면 그게 더 진실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