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라고 하면 솔직히 여의도와 제주도 이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다. 상징적으로 울릉도와 독도, 여행의 경험으로는 진도와 완도 등이 있겠지만 울릉도와 독도는 가 본 적이 없고, 진도와 완도는 너무나 넓어 딱히 섬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어색한 측면이 있는 듯 하다. 물론 제주도는 이 두 섬 보다도 훨씬 크기는 하지만 독자적인 섬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한라산으로 인해 스스로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여의도는... 글쎄... 여의도가 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저런 섬들이 머리 속에 떠오르기는 해도 서해의 섬에 대해서는 그디지 경험이 없다. 기껏해야 강화도, 영종도 정도... 엄청나게 많은 섬들이 서해에 있지만 정작 발을 디뎌 본 섬은 극히 일부분이다. 요 몇 해 사진 찍는다고 강화도 주변의 섬, 화성이나 안산 주변의 가까운 섬들을 몇 곳 다니면서 서해의 섬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서해의 섬들 중에는 이제 더 이상 섬이라는 정의에서 벗어나는 섬들이 많다. 다리로 이어지거나 방조제 건설로 인해 육지와 연결되면서 더 이상 단절된 섬으로서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 많다. 문득 오랫동안 육지와는 일정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 왔던 섬들이 순식간에 육지와 연결되면서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인지,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막연히 가지고 있던 '섬'이라는 공간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정리해 보고 싶기도 했다.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서해의 섬을 다녀 볼 생각이다. 오늘 다녀 온 형도는 참으로 충격적이다. 섬의 한 가운데가 손가락으로 튕겨낸 듯 잘려져 나가 있다. 그 바로 옆으로 마을이 있고, 마을 사람들은 개발 계획이 있는지 토지 수용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현수막을 붙여 놓고 있다. 우리 일행을 본 마을 사람이 허둥지둥 달려와 사진 찍지 말라고 말리는 걸 보면 제법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듯 하다. 무엇이 이들 섬들을 망가뜨리고 있는지, 섬을 섬으로 그냥 둘 수는 없는 것인지... 과연 얼마나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런지, 얼마나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을런지 알 수 없다. 결국 나의 열정과 애정만큼 담아내게 되는 것일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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