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도
서울에서 통영까지는 자동차로 4시간 정도 거리. 기껏 이런 사진 찍으려고 거기까지 가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딱히 대꾸할 말이 없다. 통영에 가니 이런 장면이 보여 찍었을 뿐이다라고 궁색한 대답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사실 통영에 간다면 소매물도의 등대섬이나 한산도 앞바다의 다도해, 혹은 달아공원에서의 노을 등을 찍어야 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이런 장면들이 통영을 대표하는 컷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처럼 당연히 찍어야 하는 장면들에는 별 관심이 없다. 어느 관광 안내 책자를 들여다 보더라도 나보다 훨씬 잘 찍은 사진들이 넘쳐난다. 일 년에 한 두 번 들락거리는 여행객들이 잠깐 들러서 찍을 수 있는 풍경에는 한계가 있다. 24시간 365일 하늘과 바다 빛만 살펴 보면서 여차하면 30분 이내에 주요 포인트로 달려갈 채비를 갖추고 있는 전문가들보다 더 멋진 풍경 사진을 찍을 수는 없다.
한 때 멋진 풍경 사진을 달력 사진이라고 비하하고 다닌 적이 있다. 멋진 장면을 볼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가면 더 멋진 장면을 찍을 수 있다고 자만하고 다녔었다. 그것이 얼치기 초보의 교만이고 건방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2-3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달력에 들어가는 사진 한 컷을 찍기 위해 사진가들이 얼마나 연구하고, 노력하고, 고생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다시 카메라를 챙겨드는지를 알게되면서 보여지는 모든 사진은 모두 작품일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내 느낌과 생각에 충실한 사진을 찍고 싶다. 남들에게 멋지게 보여기지 위함이 아닌, 내 여행과 내 삶의 느낌과 생각을 한 장의 이미지에 녹여 넣을 수 있는 그런 사진을 찍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