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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 서해안과 섬

사도를 찾아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사람 없는 곳에서 자연을, 바람을, 시간을 찍고 싶었다. 
사실 사진은 핑계일런지도 모른다. 
그저 혼자 자연을, 바람을, 시간을 느껴보고 싶었던 것일런지도 모른다.

토요일 오후, 퇴근길에 은행엘 들렀다. 현금을 조금 찾았다. 
카메라는 출근길에 한짐 챙겨서 베낭에 메고 나왔다.
고속도로 방향으로 차를 향한다. 길이 만만치 않게 막힌다. 토요일 오후에 길이 막히는 이유가 항상 궁금하다.
계속 막혀 있는 영동고속도로와 동쪽으로 가는 도로에 대해 교통정보가 흘러 나온다. 

머리가 띵하다. 어제 두차례의 송년회를 1차, 2차로 참여하면서 제법 많이 마신 모양이다. 
영월은 무리인 듯 싶다. 서초동에서 과천으로 넘어가는 터널 안에서 행선지를 변경한다. 영월에서 서해안으로... 
왠지는 모르지만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영흥도...

오이도를 지나 대부도를 향해 바다를 건넌다. 거대한 송전탑이 함께 바다를 건넌다. 

'사도다...'

며칠 전 에반게리온 破(파)를 본 후로 에바와 네르프의 열병을 앓고 있다. 
미처 보지 못했던 세 편의 극장판 에반게리온 과거 작품들이 DVD로 내 손에 들어왔다. 
바꾸거나 환불하는데 걱정할 필요 전혀 없다는 인터파크를 통해... 

하루 걸러 잡혀 있는 송년회를 피해 세 편을 모두 봤다.
닷새 사이에 에반게리온의 모든 극장판 작품을 본 셈이다. 

서해안의 섬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탑이 바다 위에 줄지어 서 있다.

사도들이다. 
여러 가닥의 AT 필드로 연결된 사도들이 집단을 이루고 있다. 

바닷물이 저 멀리 빠져 버린 드넓은 갯벌에 나 혼자다. 
뒤에 있는 둑길로 지나가는 차들은 많지만 이 사도들을 상대하는 건 오로지 나 혼자다. 
해안의 끝까지 가니 개가 짖는다. 

'자네가 짖어야 할 대상은 내가 아니라 저 사도들이라네...'

해가 지고 컴컴해질 때까지 혼자 갯벌을 이리저리 쏘다녔다. 
내 구닥다리 카메라는 사도들을 모두 섬멸했고 그와 함께 밧데리도 충전된 전력이 소진되었다. 
마치 극적으로 사도를 퇴치하고 기동을 멈추는 이카리 신지의 에바 초호기처럼 말이다.
 


 



영흥도에서 찍은 사진들 -> http://ccomjipp.pe.kr/199
영흥도 가는 길에 오이도에서 찍은 사진들 -> http://ccomjipp.pe.kr/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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