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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 골목

어느 외계인의 실종





안동 하회마을에 외계인이 나타났다. 하수구 맨홀 뚜껑을 슬그머니 열고 올라오는 험상궂은 외계인,
그리고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동네 꼬마 형제들.

마을 다른 편에는 UFO가 출몰했다. 보통 생각엔 UFO 내부에서 각종 첨단 감지장치를 이용하여
실종된 동료를 수색할 것 같은데 이 친구는 그네를 내려 망원경으로 찾고 있다. 외계인이 뭐 이리 허접해...




전시회는 다가오고 찍어 놓은 사진은 없고...
혜진이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역시나 혜진이는 상상 이상을 만들어 놓는다.

외계인이 자리잡은 하수도 맨홀은 원래 사진에는 뚜껑이 있던 자리다.
뚜껑을 칼로 도려내고 거기에 외계인을 집어 넣었다.
그러고 외계인을 발견하고 놀라는 형제들을 붙였다.

실종된 동료를 찾는 UFO에 메달린 또다른 외계인을 붙일 위치를 고민하던 혜진이에게
작품 수가 아쉬웠던 아빠는 꽁수를 제안한다.

"그 녀석은 다른 사진에 붙이자."

그리하여 또다른 하회마을의 사진을 골라 동료를 수색 중인 또다른 외계인의 그림을 붙였다.
두 작품의 관계를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각각으로도 훌륭하게 어울리고
나란히 있어도 이야기가 잘 만들어지는 듯 하다.

전시회가 끝난 지금 하나는 우리집에, 하나는 부모님 댁으로 떨어져 있다.
실종된 동료를 찾을 가능성도 희박해졌고, 맨홀에서 기어나오는 녀석이 집으로 돌아가기도
무척이나 어렵게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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