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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 골목

장파리, 담장




일년 내내 준비하는 ClubIDM의 전시회는 적잖은 스트레스 거리다.
실제로는 그리 열심히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면서 늘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특히 올해의 전시회는 작년과 같은 내용으로 다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부담이 컸다.

애초에 기획했던 내용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실패로 돌아가고,
전시회는 다가오고, 사진을 제출해야 하는 마감은 일주일 앞으로 닥쳐왔다.
전시회 준비 모임이 있고 다음날 토요일,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친해진 형진님과 장파리를 향했다.

고즈넉해 보이는 시골 마을이었지만 개 짖는 소리는 가히 스트레스였다.
너 잘 만났다는 듯이 짖어 대는 개들에 떠밀려 동네 바깥 쪽으로 향했다.
외곽지역은 뭔가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여기도 지금 모습을 그리 오래 가지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공사현장 가림막의 녹이 흘러 내린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쇳녹 특유의 빨강이 회색의 가림막 위로 타오르듯 자리를 잡고 있다.
바로 아래에 서니 파란 가을 하늘의 구름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의 구름이나 가림막의 녹물이나 수분의 작용인 것.
구름의 형태나 녹물이 흐른 형태 역시 자연발생적이며 카오스적인 형상이라는 것.
구름은 우주 저 너머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녹물은 인간이 만든 가림막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

이래저래 앵글을 잡으며 들었던 생각이다.

해가 뉘엇뉘엇 지는 시간이었던 데다 녹물의 색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표현해 보고 싶었다.
시그마 15-30mm 렌즈의 구경이 너무 커서 내장 스트로보로는 아랫 부분에 그림자가 생긴다.
외장 스트로보가 필요했지만 한심스럽게도 가방에 있는 스트로보를 꺼내려니 귀찮았다.

결국 카메라를 거꾸로 들고 찍었다.

그래서 이 사진은 사실은 뒤집어진 사진이다. 찍힌 그대로라면 하늘이 아래로 가야 한다.

But who knows?

시간이 갈수록 꼼수만 늘어가고 뻔뻔스러워 지는 것 같다.

RAW 파일을 컨버팅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너무나 탁한 빨강과 너무나 투명한 파랑...

그래서 이 사진은 흑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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