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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 다육식물

다육식물 (Succulants)


거실 창문 앞에 하나 둘씩 자그마한 화분이 모이더니 어느 날 자그마한 화단이 만들어졌다. 아내와 두 딸아이들이 화단에 모여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화단의 면적은 점점 넓어졌고, 이제는 크고 작은 화분들이 집안 구석구석 자리를 잡고 있다.

비슷비슷한 것들을 키우는 게 뭐 그리 재미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저 집 안 여기저기 초록이 보이는 것이 나쁘지 않았을 뿐.

지난 겨울 어느 날... 여느 때 같으면 출사를 떠났거나 카메라 메고 동네라도 나갔을텐데 아마 출장을 다녀왔거나 전날 술을 많이 마셨던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 무료하게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아침 햇살은 낮은 각도를 이루며 거실 창문으로 비치고 있었고, 문득 눈에 들어 온 것은 햇살과 예각을 이루며 투명하게 빛나고 있는 선인장 종류의 자그마한 식물이었다. 어떤 녀석은 날카로운 가시를 햇살에 다듬고 있었고, 어떤 녀석은 북실북실한 솜털을 말리고 있었다. 도대체 빛이 통과할 것 같지 않은 두꺼운 잎을 달고 있는 녀석도 낮게 떠 있는 아침 햇살을 투과시켜 생각지도 않은 투명함을 띄고 있었다.

쓰임새가 그다지 많지 않아 팔아버릴까 고민하던 마크로렌즈가 있다. Nikkor 60mm 마크로렌즈. 동호회 동생에게서 구입한 것이고, 니콘 F마운트 카메라를 쓰면서도 몇 개 없는 니콘 렌즈라 그냥 가지고 있던 것인데... 겨울 아침 햇살과 그 햇살을 받고 있는 식물들을 찍어 주기에는 딱 맞는 렌즈였다. 후지필름 S3Pro에 렌즈를 물리고 한참을 찍었다.

아직까지 집에서 가족들이 키우는 저 많은 다육식물들의 이름을 외우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다육식물의 잎에서 바로 또다른 개체가 자라난다는 재미있는 사실은 알게 되었고, 이전까지 내가 알고 있던 일반적인 식물들과는 많이 다른 방식으로 생명을 이어간다는 건 안다. 피사체에 대해 알면 알 수록 피사체가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다는 건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재미일 것이다. 또한 사진을 찍을 수록, 카메라를 들이댈 수록 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서는 이 녀석들이 점점 더 사랑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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